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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 1년, 시행착오와 깨달음

21.06.10

    lifestyle

재택근무 1년, 시행착오와 깨달음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를 시작한 지 1년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출퇴근 없이 집에서 일하다니, 꿈 같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1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배운 것들을 정리해보았습니다.

초반 3개월: 천국 같았던 시절

재택근무 초반은 정말 좋았습니다. 출퇴근 시간이 사라지면서 하루가 2시간씩 늘어난 느낌이었습니다. 아침에 여유롭게 일어나서, 편한 옷을 입고, 집밥을 먹으며 일했습니다.

[기존 일과]
07:00 기상
08:00 출발
09:00 출근
...
18:00 퇴근
19:00 귀가
→ 출퇴근 왕복 2시간

[재택 초반 일과]
08:30 기상
09:00 업무 시작
...
18:00 업무 종료
→ 2시간 추가 확보

이 여유 시간에 운동도 하고, 책도 읽고, 개인 프로젝트도 진행했습니다. "이게 바로 워라밸이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중반: 문제가 드러나기 시작

3~4개월쯤 지나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집중력 저하

가장 큰 문제는 집중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사무실에서는 주변 분위기 덕분에 자연스럽게 업무 모드로 전환되었는데, 집에서는 그게 안 되었습니다.

# 재택근무 초반의 하루 (솔직한 버전)
def typical_wfh_day():
    wake_up(time="08:30")
    open_laptop()
    check_slack()  # 10분
    check_youtube()  # "잠깐만" → 40분
    actual_work()  # 1시간
    check_news()  # 20분
    lunch()  # 1시간 30분 (왜 이렇게 길어졌지?)
    nap_on_sofa()  # 30분
    actual_work()  # 2시간
    check_sns()  # 30분
    wrap_up()
    # 실제 업무 시간: 3~4시간

소파에서 노트북을 켜고 일하다가 어느새 유튜브를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는 날이 많았습니다.

일과 삶의 경계 붕괴

업무와 개인 시간의 경계가 사라졌습니다. 집이 곧 사무실이니까, 언제든 일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오히려 독이 되었습니다.

밤 10시에 슬랙 알림이 오면 "빨리 확인해야지"하고 노트북을 열었습니다. 주말에도 "이것만 빨리 처리하자"하다가 몇 시간씩 일했습니다. 출퇴근이 없으니 "퇴근"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해졌습니다.

# 경계가 없는 업무 패턴
work_hours = []

# 월요일
work_hours.extend([9, 10, 11, 12, 14, 15, 16, 17, 18, 21, 22])  # 밤까지

# 토요일
work_hours.extend([10, 11, 15, 16])  # 주말에도 "잠깐"

# 총 업무 시간은 늘었는데, 성과는 비슷하거나 오히려 줄어듦

결과적으로 번아웃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항상 피곤하고, 일에 대한 의욕이 떨어지고, 작은 일에도 짜증이 났습니다.

해결책: 의식적인 경계 만들기

문제를 인식하고 나서 여러 가지를 시도해봤습니다. 효과가 있었던 것들을 공유합니다.

1. 물리적 공간 분리

가장 효과가 컸던 것은 업무 공간을 명확히 분리하는 것이었습니다.

[변경 전]
- 소파에서 노트북으로 업무
- 침대에서 이메일 확인
- 식탁에서 회의
→ 집 전체가 사무실화, 어디서도 휴식이 안 됨

[변경 후]
- 방 한쪽에 책상 배치 (이곳만 "사무실")
- 업무 시간에만 책상에 앉음
- 소파, 침대에서는 업무 금지
→ 책상에서 떠나면 "퇴근"

물리적인 경계가 심리적인 경계를 만들어주었습니다. 책상에 앉으면 업무 모드로 전환되고, 책상에서 일어나면 업무를 멈추는 습관이 형성되었습니다.

2. 시간적 경계 설정

출퇴근 시간이 없어졌으니, 스스로 출퇴근 시간을 정했습니다.

# 나만의 업무 규칙
WORK_START = "09:00"
WORK_END = "18:00"
LUNCH_TIME = "12:00-13:00"

def daily_routine():
    # 아침: 출근 의식
    morning_walk(duration="15min")  # 동네 산책
    change_clothes()  # 외출복으로 갈아입기
    sit_at_desk()

    # 업무 시간
    work(start=WORK_START, end=WORK_END, breaks=True)

    # 저녁: 퇴근 의식
    close_all_work_apps()
    evening_walk(duration="15min")  # 다시 산책
    change_to_home_clothes()

    # 퇴근 후
    logout_slack()  # 슬랙 로그아웃
    do_not_check_email()  # 이메일 확인 금지

처음에는 "6시 칼퇴하면 업무에 지장 있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막상 해보니 낮 시간 집중도가 올라갔습니다. "6시까지만 일할 수 있다"는 제약이 오히려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게 만들었습니다.

3. 출퇴근 의식 만들기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가짜 출퇴근"을 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동네를 15분 정도 산책하고 와서 업무를 시작했습니다. 저녁에도 업무를 마치고 다시 산책을 했습니다. 이 짧은 산책이 "출근"과 "퇴근"의 역할을 했습니다.

[아침 루틴]
07:30 기상
07:45 아침 식사
08:15 동네 산책 (15분)
08:30 "출근" - 책상에 앉아 업무 시작

[저녁 루틴]
18:00 업무 종료
18:00 동네 산책 (15분)
18:15 "퇴근" - 완전히 휴식 모드

물리적으로 집을 나갔다 오는 행위가 마인드셋 전환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에서 하던 "업무 준비"나 "업무 정리"의 역할을 산책이 대신해주었습니다.

4. 디지털 환경 정리

알림을 대폭 줄였습니다.

# 변경된 알림 설정
slack:
  notifications:
    - "@멘션"만 알림
    - DM만 알림
    - 채널 메시지는 알림 끔
  focus_mode: "09:00-12:00, 14:00-17:00"

email:
  check_times:
    - "09:00"
    - "13:00"
    - "17:00"
  # 하루 3번만 확인

phone:
  - 업무 시간에는 다른 방에 보관
  - 급한 건 어차피 전화로 옴

처음에는 "중요한 메시지를 놓치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즉시 대응이 필요한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진짜 급한 건 전화가 옵니다.

현재의 루틴

약 6개월의 시행착오 끝에 찾은 현재의 루틴입니다.

[오전: 집중 시간]
07:30 기상, 아침 식사
08:15 산책 (출근 의식)
08:30 책상 착석
09:00-12:00 딥워크 (회의 없음, 알림 없음)
         - 복잡한 문제 해결
         - 코딩, 문서 작성

[점심]
12:00-13:00 점심 식사, 휴식

[오후: 협업 시간]
13:00-18:00
         - 회의
         - 코드 리뷰
         - 슬랙 응대
         - 가벼운 업무

[저녁: 퇴근]
18:00 산책 (퇴근 의식)
18:15 이후: 업무 완전 종료

오전에 가장 집중이 잘 되기 때문에, 오전은 "깊은 작업"에, 오후는 "협업"에 할당했습니다. 이 구조를 만들고 나서 업무 효율이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1년간 배운 것들

재택근무 1년을 돌아보며 몇 가지 교훈을 정리했습니다.

자기 통제가 핵심이다

사무실에서는 주변 환경이 강제하던 규율을 집에서는 스스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게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아무도 감시하지 않는 상황에서 스스로를 관리하는 능력이 재택근무의 성패를 결정합니다.

경계가 있어야 휴식도 된다

역설적이게도, 업무 시간을 명확히 정해야 휴식 시간도 진짜 휴식이 됩니다. "언제든 일할 수 있다"는 것은 "언제든 일해야 할 것 같다"는 부담으로 이어집니다.

과로도 문제다

재택근무라고 더 많이 일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어차피 집인데"하고 밤까지 일하면 결국 지칩니다. 적당히 끊는 것이 오래 가는 비결입니다.

사람마다 다르다

재택근무가 맞는 사람이 있고 안 맞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는 적응하고 나니 출근보다 재택이 더 맞았습니다. 하지만 동료 중에는 사무실 출근을 선호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정답은 없습니다.

도움이 된 도구들

재택근무에 도움이 된 도구들을 정리합니다.

[집중력 관리]
- Pomodoro 타이머: 25분 집중 + 5분 휴식
- Forest 앱: 폰 사용 제한
- Focus@Will: 집중용 음악

[환경 구성]
- 듀얼 모니터: 업무 효율 향상
- 외장 키보드/마우스: 인체공학적
- 좋은 의자: 장시간 앉아있어야 하므로 투자 가치 있음

[커뮤니케이션]
- Slack 스케줄 메시지: 밤에 보낼 메시지 예약
- Loom: 비동기 화상 메시지
- Notion: 문서화로 동기 커뮤니케이션 최소화

마치며

재택근무 1년은 저에게 자기 관리에 대해 많은 것을 가르쳐준 시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집에서 일하는 거 얼마나 편하겠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지금은 재택과 출근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형태가 많아졌는데, 어떤 형태든 "자신에게 맞는 리듬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 완벽한 루틴이 다른 사람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고,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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